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벤야민&아도르노(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 -1 본문

내가 알아가는 도시/Urban Sociology

벤야민&아도르노(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 -1

세화주 2016. 1. 29. 09:57

1. 해방을 위한 비판이론

 

1) 이성을 통한 이성에 대한 비판

 

■ 비판이란 무엇인가?

 

- 이성이 스스로의 능력을 반성하고 검토함으로써 인식의 조건과 전제,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것

- 칸트에 따르면 “대상을 비판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단지 우리의 인식 능력과 주관적 조건에 관련해서만 그 대상을 고려할 것을, 그럼으로써 주관적 인식능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

- 즉, 이성을 통한 이성에 대한 비판이며, 이성이 자신을 비판적 시선으로 되돌아보지 않을 때 그러한 이성은 독단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이론가들이 스스로를 비판이론이라고 지칭했던 것은 칸트와 마르크스의 철학 전통에 입각한 것이다.

 

■ 비판이론에서 ‘비판’의 의미는 인식능력과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반성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억압적 상황에 대한 반성을 포함하고 있다.

■ 그럼으로써 이들이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주어진 현실 자체를 단순히 설명하고 해석하는 데 만족하는 이론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심도 깊은 반성을 촉구하여 진정으로 인간답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한 비판을 의미한다.

 

■ 비판이론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목표로 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을 계속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지점에서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와 갈라서게 된다.

■ 그 이유는 마르크스의 이론과 비판이론이 싹트게 된 역사적 상황과 사회적 문제의식이 달랐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현대화가 막 성립되던 19세기 중반,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가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 계급을 해방하기 위한 이론적 무기로서 철학의 역할을 정립하였다.

■ 하지만, 비판이론은 20세기라는 역사적으로 변화된 조건하에서 ‘현 시기의 역사 과정에 대한 이론’을 수립함으로써 마르크스주의를 시대에 맞게 재규정하고 있다. 이를 3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즉, 마르크스는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언했지만, 실제 역사는 그 예측이 빗나갔음을 입증

-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비판이론은 생산력의 발전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의 발생을 정당화하는 사적 유물론의 기본 교의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음
 - 나아가 비판이론은 자본주의 생산력의 발전을 너무나 낙관적으로 봄으로써 생산력의 진보와 인간 해방을 등가적으로 보았다는 점과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역량을 지나치게 맹신했다는 두 지점에서 전통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고 수정

- 특히 마르크스주의가 인간의 사회적 지배를 비판하면서도 자연지배의 원칙에 대해서는 별 문제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

- 호르크하이머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말하는 계급없는 사회의 그림에는 자연을 지배하는 거대 주식회사와 같은 무엇이 들어있다라고 말하고 있음
때문에 비판이론은 진정한 의미에서 해방된 사회의 표상을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 또한 변해야 함을 강조함

- 비판이론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또 다른 상황은 사회주의 혁명을 성취했다고 여겨진 현실 정치 체제에 대한 실망과 혐오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음

- 1917년 제정 러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사회주의 혁명은 마르크스주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부풀렸음

-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스탈린 치하의 보시에트 연방은 진정으로 자유롭고 해방된 사회가 아니라 또 다른 억압과 독재가 판치는 관료적인 중앙집권 체제임이 서서히 입증

 

-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은 자본주의가 파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위기관리 능력을 통해 체제 내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음

- 2차 세계대전의 포화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서 미국으로 도피한 비판이론의 지식인들에게 미국 사회는 또 하나의 충격을 주었는데, 미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다양한 대중문화의 유혹과 쾌락 속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기만적인 환상에 젖어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었음

 

■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사적 유물론을 받아들이며, 혁명의 시기는 경제적 토대의 모슨을 통해 파악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초창기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사회적 의식형태로서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이나 능동성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주목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 극단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예술이나 문화와 같은 상부구조는 일방적으로 경제적 토대에 의해 규정될 수 있을 뿐,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만다. 이와 같은 사적 유물론의 편협한 이해는 모든 것을 경제로 환원시켜 설명함으로써 인간 의식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완전히 배제해버린다는 점에서 경제적 환원주의 혹은 경제 결정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었다.

 

 

 

 

■ 결국 비판이론은 마르크스주의 내 존재하는 이러한 속류 마르크스주의의 경향과 투재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비판이론은 경제적 토대와 상부구조 사이의 매개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현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인간의 의식과 심리, 예술과 문화, 그리고 대중매체의 의미와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 특히 아도르노와 벤야민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대중문화와 이데올로기가 수행하는 의미와 역할을 중요하게 이해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평가를 수행한 이론가라 할 수 있다.